내 글

31일 일기

241호 2025. 3. 31. 21:26
9:00am 까지 출근 <= 이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뒈지고 싶은 아침.
6호선, 얼마 안가 일어날 사람을 어림잡아 그 앞에 있다가, 일어나면 럭키. 안 일어나면 체념하고 일어나서 눈 감고 있기.
대심문관을 이해해야 인생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압박감에 억지로 읽는 e-book.
포지션이 애매해진 회사서 멀뚱히 앉아, 아무것도 할 것 없는데 바쁜척하는 재주 부리기.
전역하기 1주일 전에 버금가게 느리게 가는 시간에,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고, 이내 위로하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명목하에, 절대로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는 자기 합리화.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저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문장을 쓰고 있으며, 무슨 말을 내 뱉고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르는 중증 정신병에 다다른 증세.
인생은 결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한 유튜버의 외침에 얻는 간헐적 희망(이미 이런 메시지는 37년 살면서 한 30번은 봤을 것이다)
체중 조절을 독하게 하기로 한 어제의 나는 이미 죽은채, 홈런볼과 육개장을 먹는 걸신들린 나.

정신 나갈 것 같은, 내 찌질한 나와 계속 싸우는 일상은,
전화 속 아버지의 '사랑한다' 한 마디와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저도 사랑합니다'라고 답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찌질하고 병든 나를 단 번에 죽여버렸다.

배부른 고민. 허세뿐인 옷차림. 위선적인 선택 장애.

결국 나는 나 앉을 일 없는, 튼튼한 집이 있고, 따뜻한 가족이 있는 사람이지 않던가?
내 고민들은 너무 배불렀다.감사함을 마땅히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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