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36

31일 일기

9:00am 까지 출근 6호선, 얼마 안가 일어날 사람을 어림잡아 그 앞에 있다가, 일어나면 럭키. 안 일어나면 체념하고 일어나서 눈 감고 있기.대심문관을 이해해야 인생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압박감에 억지로 읽는 e-book.포지션이 애매해진 회사서 멀뚱히 앉아, 아무것도 할 것 없는데 바쁜척하는 재주 부리기.전역하기 1주일 전에 버금가게 느리게 가는 시간에,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고, 이내 위로하고.'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명목하에, 절대로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는 자기 합리화.지금 이 순간에도 도저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문장을 쓰고 있으며, 무슨 말을 내 뱉고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르는 중증 정신병에 다다른 증세.인생은 결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

내 글 2025.03.31

버티기

오늘의 미션 버티기. 순간순간의 즐거움이 있다면 그걸로 버티기. 소일거리가 생겼다면 그것을 아주 정성스레 하여 버티기. 아무 할 일이 없다면 그것대로 버티기. 아침에 먹은 락토핏의 힘을 받아 똥 스킬 두 번으로 버티기.난 그 의자에 앉는 순간 버티기 모드로 돌입한다.오늘도 행복한 어느 날을 아직까지도 바보같이 미련하게 믿고 꿈꾸며 버틴다.내일도 버티겠다. 다행히 아무도 날 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버텨줄만하다.

내 글 2025.03.25

철숭이의 신랑입장

2023-09-180 “으이그 철숭아! 키가 123.4cm도 안되는 주제에, 그렇게 커다란 양복을 입으면 어떡하니? 결혼식이 장난이니? 그래! 하객들에게는 그럴지도? 장난일지도 모르지. 근데 옆에 있는 수진씨는 뭐가 되니? 미안하지도 않니? 너 설마 리허설 때도 그거 입고 한 거 아니지? 반쯤 남은 소매와, 바지 역할을 못해 걷기를 방해하는 이빠이 남은 바지 좀 봐..어휴 이따 절할 때 넘어지면 큰일 난다? (바지 꽉 잡고 절해라!)” “아이고 좀 어른 답게! 어깨 쫙 피고 입장해라. 너 장인어른이 만든 작품을 망칠 셈이니? 지금 여기가 321동 앞 놀이터가 아니 잖니? 왜 혼자 잠자리채 들고 실 잠자리를 찾는 멍청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신랑 입장을 하는 거니? 너한텐 오늘 두리번 거릴 자유가 없는 걸 뻔..

내 글 2025.03.02

’고개를 푹‘ 아저씨

2023-03-21 23:22:04 안녕하세요. ’고개를 푹‘ 아저씨아저씨는 저한테 인사를 했고, 저는 그 인사를 받지 않았지만,이 글을 통해서 아저씨께 인사하고 있네요.오늘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물건이, 어떤 기운이,당신의 고개를 숙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나요.설마 아저씨.. 아무런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 지치신건가요.오늘 아저씨를 지하철에서 처음 봤고, 다시는 볼 일 없지만,왜 저는 ‘고개를 푹’ 아저씨를 보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걸까요?저희 아버지가 생각나서 일까요?’고개를 푹‘ 아저씨가 안쓰러워서 일까요?아저씨의 손 주름이 유독 슬퍼 보였을까요?옷은 그냥 겨울엔 길고, 여름엔 짧으면 된다는 철학이 굳어져,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입는 옷에 대한 아저씨의 오래된 기억이 딱했을까요?노원역..

내 글 2025.03.02

웅렬 장군 두둥 등장

길을 비켜라. 흰 와이셔츠를 두른 웅렬 장군이 등장했으니, 모두 길을 비켜라. 웅렬 장군은 성스럽고 위대한 존재다. 나약한 너희들은 웅렬 장군을 기쁜 마음으로 받들어 모셔라. 훈련으로 완성된 웅렬 장군의 몸은 완벽하다. 그의 몸에 나타난 고된 훈련의 결과에 경배를! 이 얼마나 고귀한가? 그에 대한 존경심을 마구마구 표현해라! 여인은 웅렬 장군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애원했다. 여인 1 : “오! 장군님. 저희 가게에 와서, 변기에 오줌 한 번 놓아주세요. 그러면 한 평생 소원이 없겠습니다.” 이에 웅렬 장군이 답했다. 웅렬 장군 : “에헴!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지. 거기 소변기는 튼튼한가? 정말로 내 오줌 파워를 견딜 수 있겠느냐?” 여인은 감동했다. 여인 1 : “오! 웅렬 장군님! 웅렬 장군의 오줌 ..

내 글 2025.03.02

조카 민설이에게

2017년 1월의 어느 겨울날, 평소보다 더 힘들었던 야간근무를 마치고 진통하고 있는 누나를 향해 갔지. 민설아! 그때 내 눈에는 아주 충격적인 세상이 펼쳐졌단다.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아픈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라고 뇌까릴 만큼 여러 명의 산모들의 고통에 대한 원망의 외침이 나를 짓눌렀어. 물론 그중에 우리 누나도 예외가 아녔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 신음하는 누나를 보고 나는 아무 말도, 심지어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단다. 너무나 당황했기 때문이지. 너무나 당황했지. 민설아 너는 그때 누나를 엄청 아프게 했단다. 아주 아주 말이야.  그렇게 그곳을 난, 도망치듯이 나왔어. 그리곤 야간 근무에 대한 피로와 누나에 향한 불쌍함보다, 더 큰 무언가가 몰려왔어.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가장 적절할까..

내 글 2025.03.01

과거-바자회로-돌아간-나

2023-01-21 22:52:39다시 만난 친구들, 6년 만의 사과, 동전 지갑 중학교 3학년 바자회 풍경이 내 눈에 펼쳐진다. 여전히 별 볼 일 없는 물건들.삼색 털모자, 똑딱이 지갑, 미니 줄무늬 노트, 플라스틱 팽이, 16년 전 물건 그대로다. 난 미래에서 왔다. 중학생 모습이지만, 난 31살이고, 아무튼 미래에서 왔다.몇몇 아이들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반갑다. 존경하던 황 선생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다.  미래에서 온 나는, 선생님께 속으로만 주의를 준다. 나 : ‘선생님! 앞으로 단 거 많이 드시면 안 돼요!! 나중에 당뇨로 쓰러지십니다.’  아직까지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내가 미래에서 온 지 모른다. 근질근질한 내 입이 결국 못 참고 말을 시작한다. 나 : “나 미래에서 왔어! 무려 20..

내 글 2025.03.01

도저히-받아들일-수-없습니다

2022-10-31 19:22:34저는 도대체가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자연 앞에서 약해진 인간도 없었고리더십의 부재도 아니었으며누군가의 약아빠진 이기심도 아니었고정신연령이 어린 어른도 없었고거짓말에 속은 아이도 없었으며천운도 아니고 불운도 아니었으며운명도 아니고 숙명도 아니었고거기에는 인과관계도 없었습니다.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아니면 알고도 못 막을 사고였을까아니면 악마의 장난이었을까시기 많은 천사의 하느님 향한 투정이었을까어떠한 논리를 붙여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난 이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물론, 살면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들이 많습니다.그리고 이해한 척 넘어간 것들은 더 많습니다.결국 어떻게는 받아들였습니다.근데 난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아무것도 나를 설득..

내 글 2025.03.01

양 옆 안전벨트를 두 손으로 당기며 든 생각

2024-06-132 양 옆에 있는 안전벨트를, 두 손으로, 그것도 가운데로 쭈욱 당겨볼까? 하나라도 놓치면 우리의 거래가 성사 되지 않으니, 안전벨트 당김에 빡 집중 하시길! 천천히 댕겨주시는 게 좋습니다. 이건 서로의 ‘만남’을 위한 것이지, ‘부딫힘’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들어가는 쪽’은, 세기 조절을 잘해주세요. 뭐 쎄게 해줘도 괜찮습니다만, 서서히 고조되다가 쎄게 하셔야지, 처음부터 무작정 쎄게 하시면, 당신은 다시는 ‘받는 쪽’의 선택을 받지 못할지 몰라요. ‘받는 쪽’은, ‘들어가는 쪽’이 힘을 덜 쓰고 들어 갈 수 있도록, 완벽한 포지션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일이 마무리 되면 ‘받는 쪽’은 거짓 연기라도 좋으니, 꼭 ‘들어가는 쪽’을 칭찬해주세요!) 둘 다 준비 되셨나..

내 글 2025.03.01

인기-검색어-1위

2023-01-06 23:34:04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 백수, 병이 있어도 괜찮아, 긍정의 힘 내 이름이 네이버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동명이인이 아니다. 노원구 상계동에 살고 있는 1989년 5월 14일에 태어난 나 ‘신OO’가 정확히 맞다. 나는 어제 까지만 해도 혼자 사는 쓸모없는 백수였다. 컴퓨터 게임으로 현실을 도피한다. 어쩌다 카페에서 어려운 책 읽기, 스쿼드 100개를 하며, 하루를 자위하는 형편없는 인간이다. 근데 지금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문제는 무엇이냐? 나는 내가 왜 검색어에 있는지를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라고 하겠지만, 정말 모른다.  나는 극도의 긴장과 호흡곤란, 스트레스, 불안감을 느끼고..

내 글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