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수련회 강당의 휑함이 싫다.

241호 2025. 4. 21. 18:45

모자를 푹 눌러써서 누가 누군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그 놈들은 그 공간을 절대로 100%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효율과 합리를 모르는 원시인‘이라고 욕하고 싶진 않다. 배운대로 했겠지. 공간 따위야 대충 쓰면 되니까 그렇게 했겠지.


다만 내가 이렇게 수련회 강당의 휑함을 논하는 것은 그 공간의 기억이 날 늘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자주 떠올라서 더 싫다. 아까도 녹천역 어딘가를 걷다가 그 공간이 떠올라 다시 쉽게 우울해지고 말았다.


근데 굳이 내가 이렇게 그 공간을 끄집어 내어 글로 쓰는 이유는, 그 휑함을 털어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요즘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 수련회 강당의 휑함의 느낌이 너무 싫지만 다시 떠올려 그것을 글로 만들었고, 이 글을 최대한 내게 좋은쪽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사람을 많이 분석해 본 아무개들은 말한다. 상황이 좆같던 꽃같던 그 상황을 정확히 인지해야 뭘 털어놓던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험상 여기에 꽤 동의한다. 일단 파랑이던 빨강이던 정확히 색을 인지하고 분간해야, 내가 원하는 색깔로 바꿀 수도 있고 혹은 싫은 색깔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씩씩하게 살자. 그동안 내 뜻대로 된 게 참 없었고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다. 황은우 아드리아나의 유언은, 어쩌면 내 인생에 답을 이미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기하게 모든 고민은 항상 이걸로 귀결되더라. 감사합니다. 성 아드리아나, 꿈 속에서 뵙시다.

‘기죽지 말아라,
‘기죽지 말고 살아라 준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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